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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글

[곰과 여우] 좋은글 모음 [좋은글 모음] 곰과 여우 '곰과 여우'라는 허름한 분식집이 있었다. 곰 같은 남편과 여우같은 아내가 알콩달콩 가게를 꾸리고 있을 것이다. 곰 같은 남자가 라면을 끓이고 여우같은 아내는 김밥을 만다. 곰 같은 남자가 빈 그릇을 치우면 여우같은 아내는 테이블을 훔친다. 무뚝뚝하지만 속 깊은 남자와 싹싹하고 셈 밝은 여자는 불에 덴 손가락을 불어주고 녹작지근한 어깨도 주물러주며 싱겁지도 짜지도 않게 간을 맞출 것이다. 졸업을 하고 출퇴근길에도 여전히 그 집 앞을 지나다녔다. 언제쯤 누구랑 짝을 맞추게 될지 막막하고 불안하였지만 ‘곰과 여우’라고 되뇔 때마다 가슴이 따뜻하고 뭉클해졌다. 아슴푸레한 수증기 같은 것이 마음 안쪽에 모락모락 피어나기도 하였다. - 최민자, 손바닥 수필 '곰과 여우' 중에서 - 각자.. 더보기
[작은사람 큰사람] 좋은글 모음 [좋은글 모음] 작은 사람 큰사람 작은 주머니에는 큰 것을 넣을 수가 없다. 짧은 두레박줄로서는 깊은 우물의 물을 퍼 올릴 수가 없다. 이처럼 그릇이 작은 사람은 큰일은 할 수가 없는 것이다. - 장자 - 작은 사람과 큰사람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내가 작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마 드물 겁니다. 큰사람이 되고 싶거나 큰마음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평가는 남이 하는 것이니 이 또한 쉽지는 않습니다. 나는 결코 작은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 작은 마음을 볼 때가 있습니다. 자신을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작은 나를 벗어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더보기
[주목받는이유] 좋은글 모음 [좋은글 모음] 주목받는 이유 '살아서 천년, 죽어서 천 년'이라는 주목나무는 백 년이 되기 전까지는 10m 내외의 높이로 자라다가 100년이 되는 시점에서 다른 나무들이 늙어 힘을 못 쓸 때부터 성장이 빨라진다고 한다. 그렇게 뒤늦게 자라면서, 천년 이상의 생명을 유지하면서 산정의 제왕이 된다. 그래서 '주목나무'는 많은 사람들에 '주목'을 받는 것일까? 처음부터 주목을 받으며 세상에 나타나는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의 주목받는 사람은 그렇지 않다. 주목을 받는 대부분의 사람은 오랫동안 남들의 시선이 비껴간 음지나 밑바닥에서 절치부심(切齒腐心)하다가 마침내 기회가 왔을 때 놓치지 않고 흐름을 탄 사람이다. 주목나무도 세상의 주목을 받기 위해서 비록 다른 나무에 비해 초기는 성장이 느리지만 다른 나무의 기.. 더보기
[좋은글 모음] 다람쥐의 건망증이 숲을 키운다 [다람쥐의 건망증이 숲을 키운다] - 좋은 글 모음 다람쥐의 건망증이 숲을 키운다 제천 문학기행 중에 울고넘는 박달재에서 도토리묵밥을 먹을 때였습니다. 누군가가 다람쥐의 겨울 양식을 먹는 것 같아 미안하단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이며 다람쥐의 건망증이 생각 났습니다. 다람쥐는 가을에 도토리를 주울 때 하나를 먹으면 꼭 하나는 땅 속에 묻어둔다고 합니다. 추운 겨울을 나기 위한 양식의 비축을 하는 것이지요. 문제는 다람쥐의 지독한 건망증입니다. 막상 겨울이 닥치면 어디에 묻었는지 기억을 못한다는 것입니다. 아이러니한 것은 다람주의 그 지독한 건망증이 숲을 키운다는 것입니다. 다람쥐가 겨울에 먹으려고 묻어두었던 도토리가 봄이 되면 싹을 틔우고 키를 키워 푸른 숲을 이루기 때문입니다. 다람쥐처럼 나를 위해 행한.. 더보기
[좋은글 모음] 사랑을 한잔 따르며 [좋은글] 사랑을 한잔 따르며 사랑을 한잔 따르며 - 윤성완 - 그대의 마음은 하얀 잔 내 마음은 주전자 물을 따르면 물잔 술을 따르면 술잔 커피를 따르면 커피잔 녹차를 따르면 녹차잔 주전자에 냉수면 차가운 잔 펄펄 끓는 물이라면 뜨거운 잔 주전자에 그리움을 담으면 그리움 차오르는 행복의 잔 주전자에 외로움을 담으면 외로움 깊어지는 슬픔의 잔 주전자가 주는 마음 따라 담아내는 소중한 잔 이제 진심 가득한 사랑을 한 잔 따르니 내 마음 담아내는 고마운 그대의 잔이여 한 곳으로만 부어내는 넘쳐나는 사랑에 함박 웃어보아라 -윤성완 님, '사랑을 한 잔 따르며'- 더보기
[좋은글 모음] 사랑하는 엄마에게. '사랑하는 엄마에게. 당신의 손은 거칠고 투박하지만 누구보다 부드럽게 저의 옷을 빨아 깨끗하게 해주시는 엄마의 손이 좋습니다. 깔끔한 솜씨의 정갈한 음식은 아니지만 다른 이들보다 몇 배는 더 저를 배부르게 하신 엄마의 음식이 좋습니다. 제가 아플 때 마다 늘 저를 지켜봐주시며 제 손을 꼭 잡아주시는 엄마의 관심이 좋습니다. 남들에게는 두 명의 사람에게 따로 엄마, 아빠를 부르게 하지만, 나에게는 듬직한 아빠이자 엄마인 나만의 엄마에게 언제나 말하고 싶었습니다. 엄마! 나에게 당신은 아빠지만, 당신은 나에게 따스함과 사랑으로 돌봐주신 소중한 엄마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나의 엄마. 당신을 사랑합니다.' - 김지수 (새벽편지가족) - 더보기
[좋은글 모음] 꼼꼼히 다지며 가요 꼼꼼히 다지며 가요 오늘 계란 하나를 가지는 것보다 내일 암탉 한 마리를 가지는 쪽이 낫다. - 플러 - 목표한 것을 어서 이루어야 할 것 같은 조급증과 너무 늦은 것은 아닌가하는 조바심이 들기도 합니다. 그러나 조금 늦게 진행이 되거나 결과가 좀처럼 나타나지 않더라도 더 큰 결실을 얻기 위한 것이라고 기다려봐야겠습니다. 성급히 뛰어가기보다는 꼼꼼히 다지며 간다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시행착오는 줄어들 것입니다. 더보기
[좋은글 모음] 굳이 말하지 않아도 굳이 말하지 않아도 루뱅 보쟁의 그림 '체스판이 있는 정물'(1630)에는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이질적은 사물들이 진열되어 있다. 빵과 포두주잔, 만돌린과 펼쳐진 악보, 벨벳 동전지갑, 카드, 체스판, 카네이션 꽃병, 팔각 거울 등이다. 언뜻 단순한 정물화로 보이지만 사물 하나하나의 의미를 짚으면 오묘한 생의 진리를 깨닫게 된다. 빵과 포도주는 생의 기본적인 에너지원이지만 나눌수록 커진다는 기쁨의 의미를, 만돌린과 악보는 소음을 멀리하고 조화롭게 살라는 의미를, 체스판과 카드는 속임수에 대한 경계를, 동전지갑은 지나친 욕심에 대한 경고를, 꽃병의 카네이션은 아픔을 극복하는 사랑을, 벽에 걸린 거울은 항상 깨어 나를 살피라는 의미라고 한다. 그러고 보면 굳이 말을 하거나 글로 설명하지 않아도 이미지나.. 더보기
[좋은글 모음] 봄 봄 늘 수수한 모습의 당신이기에 입술에 진한 루즈를 바르거나 손톱에 매니큐어 칠한 것도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곤한 잠에 떨어진 당신에게 이불을 덮어 주다가 불현듯 나는 보았네 연분홍 매니큐어 곱게 칠한 너의 발톱 어쩌면 이리도 고울까 마치 꽃잎 같애 진달래처럼 라일락처럼 너의 작은 발톱마다 사뿐히 내려앉은 봄 - 정연복 님, '봄' - 더보기
[좋은글 모음] 혀 혀 궁지에 몰릴 때 이 연장의 뿌리부터 舌舌舌 오그라들고 세상 살맛 잃을 때 이 연장 바닥이 까끌까끌해지고 병에서 회복될 때 가장 먼저 이 끝으로 신호가 오는 예민한 이 연장, 함부로 사용하지 말라고 사마천은 이것 함부로 놀려서 궁형의 치욕을 한비자는 민첩하게 사용 못한 죄로 사약 받고 죽었다는데 잘못 사용하면 남이 아니라 내게 먼저 화근이 되는 가장 비싸면서 가장 싼 천년만년 녹슬지 않는 붉은 근육질의 저! - 김나영, '연장론' 중에서 - 세치밖에 안 되지만 이것의 위력은 대단합니다. 맛을 알고, 내 의사를 전달하고, 이것으로 돈벌이를 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자칫 잘못 사용했다간 커다란 화를 불러오기도 하지요. 작지만 대단하고, 고마우면서도 조심스럽게 다루고 사용해야 할 몸의 연장입니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