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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소식

[좋은글 모음] 우리와 우리끼리

우리와 우리끼리


"채송화도 봉숭아도 담장 위 나팔꽃도
어느 것 하나 정겹지 않은 것들이 있을까요.
언제 어떻게 이 땅에 들어왔는지 모르지만
오랜 세월 우리와 함께 울고 웃으며
이제 사랑받는 우리 꽃이 되었습니다."

신문 전면의 그림과 광고문구가 눈을 끌었다.
채송화, 봉숭아, 나팔꽃 등 정겨운 이름의 것들이
당연히 우리나라에서 처음 자생한 꽃이라 생각했지만
나팔꽃과 맨드라미의 고향은 인도, 접시꽃은 중국,
채송화는 남미, 봉숭아는 동남아시아가 고향이란다.
이들이 언제부터인지 모르지만 우리나라에 들어와
자연스럽게 뿌리내리고 우리 것으로 정착한 것이다.

우리가 잘 쓰는 '우리'라는 말.
그 안에는 정과 이해와 포용이 모두 녹아 있다.
서로 섞여 융화되는 느낌의 말이다.
그러나 '우리끼리'라는 말은 어감이 다르다.
공동의 심리나 생김 혹은 성질이 다른 종과는
구별 지으려는 심리가 깔려있다.
그동안 우리는 우리라는 말 속에
혹 우리끼리라는 마음을 담고 있지는 않았을까.


- 최선옥 시인